사외이사제도의 변화예상- 임원배상책임보험 관련뉴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09-06-18 18:38:46    조회 : 2,257회   
국내서 처음으로 증권집단소송이 제기됨에 따라 사외이사제도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그동안 사외이사는 ‘대주주 방패막이’ ‘거수기’ 등으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사외이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보다 자신들을 뽑아준 대주주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4월 14일 증권집단소송이 처음으로 제기되면서 사외이사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월급 몇 푼 받다가 큰 코 다칠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는 신선놀음에 가까웠던 게 사실이다. 연간 4700만원에 달하는 보수(10대 그룹 상장사 평균)와 골프회원권 대여, 스톡옵션 등 다양한 혜택을 받으면서도 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 현행법상 사외이사의 책임 범위는 사내이사와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소홀히 했을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것.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반대의사 표시가 없는 한 결과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사외이사는 감사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사내이사보다 더 과중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과 참여 과정은 그야말로 위태롭기 짝이 없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현행 증권거래법에는 사외이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을 받아,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선임하도록 규정돼 있다. 일반 상장법인의 경우 이사총수 25% 이상,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법인은 최소 3인 이상 및 이사총수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다만 자산총액 1000억원 미만, 코스닥 상장법인(벤처기업 지정)에 한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최근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말 현재 국내 1578개 상장법인에 소속된 사외이사는 총 3125명(중복 선임 203명 포함)에 달한다.

이는 한 회사당 평균 1.98명으로, 지난해보다 123명 늘어난 수치다. 그렇다면 과연 사외이사는 누구이고, 그들의 역할과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알아봤다.

[힘없는 사외이사들의 현실]

■ ‘거수기 사외이사’ 패가망신 할 수도

지난 4월 14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사모투자펀드(PEF) 전문회사인 서울인베스트는 진성티이씨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에 2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낸 것. 피고 회사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의 손실을 숨기고 실적을 허위로 공시, 주가가 하락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이번 소송 제기 소식이 알려지면서 상장사들의 증권 관련 집단소송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거의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이사회의 부당한 안건 처리에 대한 객관적 입증이 어렵고, 소송 비용도 비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현재 증권집단소송 요건을 크게 완화시킨 상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1월 23일 홍재형 의원이 발의한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은 주주들의 지분율 제한 규정을 삭제한 것.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주주들은 보유 지분율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소송인지대 상한선을 현행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고, 소송비 예납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지난 4월 16일 법사위에 상정돼 현재 처리를 기다리고 있어 사외이사들의 책임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문적이고 유능한 사외이사 확보를 위해 현행법상 이사의 책임 감면 장치와 현실적인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사의 책임 추궁을 위한 법적 장치 강화가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특히 우수한 전문 인력의 사외이사 선임 기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 일부 불합리한 규정으로 기업 투명성을 유지하려는 사외이사제도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사책임보험 가입 증가세]

이런 사실은 사외이사 선임 방식과 업무 진행 상황 등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외이사 본연의 임무인 지배주주 견제나 기업 투명성 유지, 경영진의 전문성 보완 등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외이사에게 제공되는 경영정보의 양과 질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사내이사에 비해 보수도 적고, 업무를 직접 집행할 권한도 없다.

이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나 정관 규정에 의한 이사의 책임감면제도 도입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또 손해보전 활성화나 이사배상책임보험의 효율적 활용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기업 규모가 확대되면서 사외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빈번하고 금액도 커지고 있다. 이 경우 사외이사가 재정적인 능력이 없으면 책임추궁 소송의 실효성도 감소된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그동안 몇 군데 기업에 사외이사로 참여했으나 지배주주의 결정에 반하는 의견을 내기가 몹시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거나, 사외이사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등 다양한 조치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07년 여름 국내 굴지의 통신회사 SK텔레콤에서 사외이사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영진이 의욕적으로 추진, 계약까지 진행했던 M&A 건을 사외이사가 중심이 돼 이사회에서 부결시켜 버린 것. 이는 재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거수기’라는 오명을 쓰고 힘겹게 버텨왔던 국내 기업 사외이사들의 쾌거라며 환영하는 의견도 있었고, 한편에선 이제 경영진은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도 못하고 사외이사의 눈치만 보게 됐다며 씁쓸해 하기도 했다.

사외이사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독립적인 지위에서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비상임이사를 말한다.

주요 역할은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를 견제하면서 일반주주의 권익을 옹호하는 것. 민주주의가 삼권 분립의 원칙을 통해 서로 견제하면서 균형 발전을 이루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보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사외이사 역할에 대한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대부분 지배주주 또는 최고경영자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전체 주주의 경영대리인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지난해 연구소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79개 기업집단에 소속된 247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748명 중 대주주와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240명으로, 전체의 32.1%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주주나 경영진 등의 추천에 의해 선임된 사외이사들의 경우 결국 회사에서 제출한 안건에 대해 반대 입장이나 수정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최근 주주대표 소송을 비롯해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늘어나면서 상황은 급반전되고 있다. 이 경우 소송대상자, 즉 피고는 회사에 대해 책임이 있는 현재의 이사들이거나 과거 해당 안건을 가결시켰던 이사들이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들의 개인 재산 배상책임 가능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사외이사가 직무를 적절히 수행하지 못했을 경우 재선임하지 않거나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만으로는 이사의 적정한 직무수행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뿐 아니라 이미 기업 및 제3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보전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사의 적정한 직무수행을 담보하는 유효 수단으로 이사에게 그에 상응한 재산적 책임을 묻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결국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을 꼼꼼히 검토하지 않고 일방적인 거수기 역할을 했다가는 자칫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특히 유념해야 한다.

현행 상법에서는 주주들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총 발행주식의 0.0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또 주주지분이 3%(상장회사 1%~1.5%) 이상이면 회사장부 열람권과 주주제안권이나 주주총회 소집청구권, 이사해임 청구권 등을 갖게 된다.

한편 대주주 감시 등 사외이사 기능이 정착되면서 나름대로 순기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물론 극히 일부 기업에 해당하겠지만 회사가 제출한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가 반대의사를 표명해 무산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

지난해 KB금융지주는 자회사인 국민은행에서 카드 사업을 떼내는 것을 검토했으나, 당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KT의 사외이사들도 프로야구단 인수와 관련해 전원이 반대했으며, 성인교육사업 출자안도 좌절시켰다. 다만 중•고등 온라인교육 사업안에 대해서는 조건부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이 외에도 과거 LG그룹 계열사의 일부 사외이사들은 부실화된 LG카드 지원을 위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사퇴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KT&G 이사회 역시 경영진이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사업다각화를 무산시킨 바 있다.

매일경제: 2009-5-13